국민학교 시절 무엇보다 부러운게 하나있었다
바로 소를 몰고 다니는 아이들이 있었다
해질 녘이 되면 들로 산으로 소 먹이러 가는 아이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나도 저 아이들 처럼 소 한마리만 몰아봤으면 .....
가난한 우리집 형편에는 꿈도 꾸지 힘든 일이었다
그런데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했나 ....나에게도 소를 몰 기회가
찾아 왔다 추운 겨울이였다 마을 망치 할아버지가 아버지를 찾아 와
솔깃한 제안을 했다
내가 나이가 들어서 소들을 다 키우기 힘들어서 말이지 ...이번에 낳은
송아지 한마리 키워볼테가??? 일년만 키워서 돌려주면 50만원을 주겠네
50만원은 큰돈이었다 아버지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아주 곱고 예쁜 송아지가 집에 왔다 누렁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허름하지만 외양간도
만들었다 나도 이제 소를 모는 아이들 무리에 섞일 수 있게 된것이다
혹시나 모기가 달려들까 생풀잎을 태워 모기를 쫓고 겨울이면 추울세라
곁에 앉아 모닥불을 피웠다 비록 우리 소는 아니 었지만 어느새 누렁이는
소중한 우리 가족이 됐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 갔다
어느날 아버지는 흰봉투 하나를 말없이 내려놓았다
쿵하는 마음 한쪽이 내려 앉았다 이별의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누렁이 한테 인사들해라 내일 아침에 데려가기로 했다 그 날밤 아버지
는 흰 봉투를 앞에 두고 눈가를 훔쳤다 나는 우리집에서 마지막 밤을
보내는 누렁이를 찾아가 몇번이고 등을 쓰다듬었다 숨겨둔 고구마
를 나눠먹은날 ...남의 밭 배추를 뽑아먹다 도망간 날 ...소 코를 뚫은날 ..
누렁이 와 함께한 지난추억들이 자꾸만 눈물이 되어 흘러 내렸다
잘가 !!!!덕분에 참 행복했어 거기 가거들랑 맛있는것 많이 먹고
우리 꼭 다시 만나자 ...다음날 누렁이는 우리곁을 떠나갔다
잊으려 해도 착하디 착한 그 눈망울이 자꾸만 떠올라 텅빈 외양간 앞을
몇번이고 서성거렸다 누렁이가 떠난지 3일째 되던날 밤이였다
다급한 이장님의 방송이 마을에 울려 퍼졌다 망치 할아버지 의 소 한마리가 없어졌으니 주위를 잘 살펴봐달라는 내용이다
그럴 소라도 한마리 있어 봤으면 부럽기만 했다 싸락눈이 날린 다음날
새벽이였다 비여 있어야 할 외양간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놀랍게도
고삐 풀린 누렁이가 자고 있었다 누렁이가 밤새 기억을 더듬어 옛집
을 찾아온 것이였다 나는 잠든 누렁이를 끌어 안고 엉엉울고 말았다
이 허름한 집이 그리웠구나 얼마나 여기가 오고 싶었으면 ....
잠시후 어버지 와 함께온 망치 할아버지 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여보게 이 소는 천상 자네가 키워야 쓰겠네 저걸 내가
어떻게 데려가겠는가???
이제부터는 저 소는 이 집 소네 !!¡!
누렁이 와 함께 항상 어둡고 가난하던 우리집에도 희망이 찾아왔다
아버지는 술을 끊었고 어머니도 긴병을 털고 일어났다 누렁이는 이듬해
쌍둥이 송아지를 낳았다 늘 혹독했던 겨울이 그 해엔 유난히 빠르게
지나갔다
(모셔 온글)